블록체인 기술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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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Blockchain)은 데이터 무결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중앙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분산원장 구조를 통해 신뢰를 분산하고, 중개자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며, 금융, 물류, 헬스케어, 에너지, 공공 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실생활 속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지속 가능한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기술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며, 아직 극복되지 못한 여러 구조적 제약과 현실적 문제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기술적 한계 – 확장성, 처리 속도, 데이터 구조의 제약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 중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은 '확장성(Scalability)'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트랜잭션은 모든 노드가 검증하고, 전체 네트워크에 동기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보안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처리 속도는 느리고 비효율적입니다. 비트코인은 초당 7건, 이더리움은 약 15~30건의 트랜잭션만 처리 가능한 반면,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는 초당 5,000건 이상의 트랜잭션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트랜잭션이 적체되고, 네트워크 수수료가 급등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디파이(DeFi), NFT 마켓, 게임 등 고빈도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서비스에서는 수수료가 수십 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구조는 일반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실생활 서비스에 도입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블록체인은 ‘불변성(Immutable)’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일단 블록에 기록되면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못된 입력이나 개인정보의 삭제 요청 등을 기술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GDPR과 같은 데이터 보호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또한 완전히 자율적인 것은 아니며, 복잡한 계약 로직의 구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버그가 발생할 경우 그 수정도 어렵고, 이는 해킹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유명한 DAO 해킹 사건처럼, 한 줄의 오류가 수천억 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제도적 한계 – 규제 공백과 책임의 불분명성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혁신은 법과 제도의 틀을 초월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는 곧 정부의 통제력 상실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국가나 기관 중심의 통제 체계에서 벗어난 블록체인은 기존 법체계로는 포괄하거나 규제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특히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는 국가마다 다르고, 탈세, 자금세탁, 불법 송금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로서 블록체인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중국의 전면 채굴 금지,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강화 등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정치적, 제도적 장애물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탈중앙화된 구조에서는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디파이 플랫폼에서 해킹이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만든 개발자, 운영 커뮤니티, 스마트 계약 배포자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DAO 구조에서는 법적 실체가 모호하고, 분산된 거버넌스는 오히려 빠른 대응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자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안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경제적·환경적 한계 – 채굴 비용, 자원 소모, 접근성 문제
작업 증명(PoW) 방식의 블록체인은 막대한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이 방식은 블록 생성을 위해 수많은 노드가 무작위 계산을 반복하면서 경쟁을 벌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전기가 소비됩니다. 케임브리지대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간 에너지 소비는 약 120TWh에 달하며, 이는 노르웨이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는 환경 문제와 직결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이더리움은 2022년 PoW에서 PoS로 전환하며 에너지 소비를 약 99.95% 절감했지만, 여전히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PoW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진입 장벽이 존재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은 사용을 위해 지갑 설치, 암호화폐 구매, 수수료(Gas Fee) 지불 등 복잡한 과정을 요구하며, 일반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기술 도입 초기에는 얼리어답터나 기술 커뮤니티에 국한된 활용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중적 확산까지는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또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개발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스마트 계약 개발자, 보안 감사, 탈중앙화 스토리지, 노드 운영 등 다양한 인프라가 요구되며,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조직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블록체인은 분명 차세대 기술로서 사회적, 경제적, 산업적 구조를 바꾸어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처리 성능, 데이터 구조, 제도적 수용성, 환경적 지속 가능성, 경제적 효율성 등 여러 분야에서 극복해야 할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진정한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성숙도 향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규제 정비, 사용자 교육, 현실 친화적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가지는 철학과 기술의 균형,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실용성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블록체인은 오늘날의 인터넷처럼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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