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 불변성, 보안성 등의 장점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중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확장성(Scalability)’입니다.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는 기술의 성장과 서비스 범위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확장성 문제란 무엇인가 – TPS와 지연의 한계
확장성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더 많은 사용자와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기존 중앙화 시스템은 초당 수천~수만 건의 트랜잭션(TPS, Transactions Per Second)을 처리할 수 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은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TPS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초당 약 7건, 이더리움은 약 15~30건 수준으로, 대규모 상업 플랫폼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처리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거래가 몰리는 시기에는 수수료가 급등하고, 트랜잭션 확인까지 몇 분, 심지어 몇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실생활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결제 시스템, 게임, SNS, 디파이, NF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사용자를 수용하려면 네트워크가 높은 처리량과 빠른 속도를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퍼블릭 블록체인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확장성의 3대 요소 – 블록체인 트릴레마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병목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를 블록체인 트릴레마(Blockchain Trilemma)라고 부릅니다. 이는 보안(Security),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확장성(Scalability)이라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를 강화하면 나머지 두 요소가 약화될 수 있다는 딜레마 구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극대화했지만, 그 대가로 확장성이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일부 블록체인은 블록 크기를 늘리고 노드 수를 줄여 속도를 개선했지만, 결과적으로 네트워크의 탈중앙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은 아직까지 ‘성배’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블록체인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와 새로운 방식의 합의 메커니즘 도입이 필요합니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접근
블록체인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온체인(체인 내부) 확장, 다른 하나는 오프체인(체인 외부) 확장입니다.
1. 온체인 확장(On-chain Scaling)
온체인 방식은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를 개선하여 처리량을 늘리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블록 크기를 증가시켜 더 많은 트랜잭션을 한 블록에 담거나, 블록 생성 주기를 단축하여 빠르게 블록을 추가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캐시(BCH)는 블록 크기를 1MB에서 8MB로 늘려 이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또한, 샤딩(Sharding) 기술도 온체인 확장의 대표적 방법입니다. 샤딩은 네트워크를 여러 개의 ‘샤드(shard)’로 나누어 각 샤드가 병렬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는 구조로, 이더리움 2.0의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이 방식은 네트워크 전체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2. 오프체인 확장(Off-chain Scaling)
오프체인 확장은 블록체인 밖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한 후, 요약 정보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레이어 2(Layer 2) 기술이 있으며, 이에는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옵티미스틱 롤업(Optimistic Rollup), ZK 롤업(Zero-Knowledge Rollup) 등이 포함됩니다.
레이어 2는 메인 블록체인의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대량의 거래를 외부 채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고, 처리 속도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의 롤업 기술은 초당 수천 건 이상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면서도 메인체인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 적용 사례와 한계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샤딩과 롤업을 통해 확장성을 보완하고 있으며, 솔라나(Solana)는 고속 블록 생성과 특화된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초당 65,000건 이상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폴카닷(Polkadot), 아발란체(Avalanche) 등은 다중 체인 구조(Multi-chain Architecture)를 통해 확장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각각의 체인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메인체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다양한 서비스가 동시에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확장성 개선은 종종 보안성과 탈중앙성의 희생을 동반하며, 복잡한 기술 구조로 인해 개발 및 유지 비용이 증가하고, 사용자 교육 및 이해도 부족이라는 새로운 장벽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레이어2 솔루션의 경우, 사용자 경험이 기존보다 복잡해지고, 브리지나 오라클 사용에 따른 추가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병목의 문제가 아닌, 네트워크 설계와 철학의 균형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과제입니다. 확장성을 높이면서도 보안성과 탈중앙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이는 앞으로 블록체인이 전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문턱입니다.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사용자 중심의 설계가 병행될 때, 진정한 의미의 대중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